[고속철 불법로비]공식로비스트 강귀희씨가 밝힌 비화

  • 입력 2000년 5월 9일 23시 33분


프랑스 알스톰사는 고속철도 차량선정 과정에서 두 개의 로비채널을 가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검찰수배 대상이 된 최만석씨가 비공식 에이전트라면 초대 미스코리아출신으로 파리에서 한국식당을 경영하던 강귀희씨(사진)는 공식 에이전트였다.

강씨는 98년 출판한 ‘로비스트의 신화가 된 여자’라는 책을 통해 당시 프랑스 알스톰사, 독일 이체에, 일본 신칸센 등 외국업체들이 막후에서 벌인 치열한 정보전과 로비전을 생생히 밝히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사와 83년에 구두로 에이전트 계약을 하고 다음해에 정식으로 계약한 강씨의 책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그녀가 받을 에이전트 비용이 총 수주비의 약 5%로 여기에는 3%이상의 정치 자금과 기타 제반경비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

89년 7월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의 지시로 ‘고속철도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92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들어 실시된 4차 입찰까지 알스톰사가 밀리는 듯하자 강씨는 5차 입찰을 앞두고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는 것.

알스톰사에서 총 공사비의 3%인 480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키로 결정했고 로비대상은 권력의 정점인 김대통령이었다.

강씨는 교계 지도자이면서 김대통령의 오랜 조력자였던 C목사를 찾아가 부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김대통령이 C목사를 통한 정치자금 제의를 “나에게 줄 돈이 있으면 더 가격을 내리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알스톰사는 결국 “커미션을 한푼도 받지 않을테니 정치자금으로 주려고 했던 금액을 전액 포기하고 최대한 입찰가를 낮춰 달라”는 강씨의 제의를 수락하고 94년 6월 14일 마지막으로 실시된 6차 입찰에서 승리자가 됐다. 비공식 에이전트인 최만석씨의 로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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