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速鐵 거액 불법로비 수사

  • 입력 2000년 5월 9일 23시 13분


대검 중수부는 9일 경부고속철도 차량을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정 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한 거액의 금품로비 의혹을 포착,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중수부(부장 김대웅·金大雄검사장)는 이 사업의 국내로비를 맡았던 최만석(59·부동산업·미국 영주권자), 호기춘(扈基瑃·51·여)씨가 알스톰사로부터 차량계약 성사에 따른 성공보수금으로 11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88억원)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호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달아난 주범 최씨를 출국금지하고 전국에 수배했다.

검찰은 4월28일 검거돼 구속된 호씨를 상대로 잠적한 최씨의 행방과 알스톰사에서 받은 돈을 정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자금으로 뿌렸는지 여부를 수사중이다.

검찰 수사결과 호씨와 최씨가 알스톰사의 돈을 정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제공, 고속철도 차량선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93년 1월 알스톰사 한국지사측으로부터 “알스톰사가 차량 공급업체로 선정되도록 새 정부에 로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알스톰사가 실제로 공급업체로 선정된 뒤인 94년 11월 홍콩의 은행을 통해 5934만4530프랑(1100만달러)을 받은 혐의다.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의 부인인 호씨는 93년 1월 남편으로부터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친구 한모씨를 통해 최씨를 소개해 주고 94년 12월과 95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최씨가 알스톰사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386만여달러(당시 환율로 약 30억8800만원)를 받은 혐의다.

검찰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최씨와 호씨의 홍콩과 한국의 은행계좌 등에 대해 정밀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주범격인 최씨가 자신이 받은 사례금 외에 별도로 거액의 로비자금을 알스톰사측으로부터 받아 문민정부 출범기인 93년초부터 알스톰사가 차량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된 94년 6월까지 정 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최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호씨가 ‘받은 돈은 최씨를 소개시켜준 대가로 받은 것’이라며 로비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로비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씨가 검거되지 않아 로비의혹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모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한때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정치인들과 교분을 쌓았고 7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부동산업과 무역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씨는 95년 11월 경찰청 외사분실이 홍콩에서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하자 김포공항경찰대장이던 전윤기(全潤基·64)씨에게 “수사를 중단시켜 달라”고 부탁하며 세 차례에 걸쳐 8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4월29일 호씨와 함께 전씨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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