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해외피 수혈"…선진기술-정보획득 도움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55분


유전자를 인식하고 이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중인 ㈜툴젠의 김진수(金晋秀)사장은 팀장급 연구원 8명을 충원하기 위해 1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

80년대 미국 유학중에 만난 생물학 화공학 분야의 한국 동료들을 설득해 최소한 4명을 이번달 안으로 유치한다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

김사장은 “바이오벤처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연구 인력을 구하면 선진 기술의 이전과 시장 정보의 접근이 쉽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해외의 우수인력 확보 여부가 바이오벤처의 성장에서 큰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든든한 자본력과 특출한 사업계획을 갖췄지만 국내 대학과 대기업의 연구소로부터의 인력 수혈에 한계를 느낀 벤처기업이 툴젠뿐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음료수를 개발한 뒤 미국 기업으로부터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유진사이언스는 미국과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국적의 생명공학자 2명을 이달 안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국내 연구진이 25명인 이 회사는 “만성질환 유전자 탐색과 질병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 등에서 인력을 찾았으나 해외 인력 없이는 회사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의 해외인력 확보전은 국가간 기술유출과 같은 민감한 사안과 선점 경쟁에 따른 잡음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돌출될 가능성이 커 주로 ‘물밑’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유전체 기능연구 및 면역치료 방법을 개발중인 크레아젠의 김기태(金基兌)사장은 면역학 을 전공한 해외 인력 3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이들을 직접 접촉하지 않고 학맥을 동원해 귀국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진사이언스의 노승권(盧承權)사장은 “국가 또는 경쟁 회사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외의 과학자들에게 자진 귀국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들이 제때 들어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걱정했다.

다행인 것은 80년대 초반에 일기 시작한 ‘유전공학 붐’ 덕택에 해외에서 연구중인 생명공학 인재 풀(Pool)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것. 유진바이오의 조대연(趙大衍)사장은 “80년대부터 해외로 나가 10년 이상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국내 생명공학자들은 수백명 된다”며 “국내 벤처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가려내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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