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역 산불 현장]"두타산 지키자" 총동원

  • 입력 2000년 4월 14일 20시 12분


비를 내려달라는 기우제도 소용없었다. 강원 영동지역의 산불이 14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삼척과 동해시 일부 지역에선 완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아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삼척▼

○…삼척지역 산불은 14일 오후 대부분 진화됐으나 미로면 두타산과 원덕읍 기곡 2리 일대 등 두곳에서는 계속 불길이 번져 민관군 합동 산불진화요원들이 막바지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특히 불길이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두타산을 넘을 경우 청옥산(해발 1404m)을 거쳐 태백시의 백두대간 본령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진화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작업을 폈다.

13일 밤사이 불이 번진 원덕읍 기곡2리 동작골 일대 산불은 두타산 쪽에 진화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되는 바람에 손길이 못미쳐 14일 오후 한때 가곡면 쪽으로 맹렬히 타들어갔다.

▼동해▼

○…14일 새벽까지 잡히지 않았던 부곡동과 북삼동 일대의 큰 불은 오전 7시가 지나면서 대부분 진화됐으나 이날 오후 삼척시에서 올라온 불이 시 외곽 삼화동 설운골 야산에 옮겨 붙었다.

동해시는 공무원 군인 예비군 민방위대원 등 4500여명과 헬기 6대 소방차 28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해 부곡동과 북삼동 야산의 잔불을 정리하는 한편 삼척시에서 건너온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바람이 약해지면서 일단 시가지에서 가까운 큰 불은 대부분 진화됐으나 워낙 넓은 지역에 불씨가 살아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 이후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동해시는 10일 기우제까지 지냈으나 12일 이곳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번져나가자 시 관계자들은 “하늘도 무심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동해시 상수도사업소와 산림녹지과 직원들은 지난해에도 기우제를 몇차례 지내 뒤 비가 내리자 올해도 10일 백봉령에서 ‘바람은 재우고 비를 내려 주십시오’라고 애타게 기원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동해안 지역의 대형 산불로 이 지역의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7일과 12일 산불피해를 본 강릉시는 14일부터 3일간 열기로 했던 ‘2000경포벚꽃잔치’ 행사를 취소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산불로 많은 산림소실은 물론 인명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가옥 가축 등의 피해가 많아 복구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벚꽃축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7일 이후 연이은 산불로 피해가 큰 고성군도 21일부터 열기로 했던 ‘고성장사씨름대회’를 취소했다.

동해시도 총선 이후에 시 승격 20주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 행사의 각종 이벤트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도 어업인후계자연합회도 16일 강릉 주문진중학교 운동장에서 열기로 했던 강원도어업인후계자체육대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는 한편 대신 이재민돕기 성금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삼척·동해〓최창순·경인수·남경현·이명건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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