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후유증 심각…불법 얼룩진 과열선거戰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4·13총선 과정에서 빚어진 과열 혼탁 선거전의 여파로 76명의 당선자에 대한 검찰 수사 및 내사가 본격화되고 이들 중 일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여 재선거 등의 심각한 선거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또 불과 몇 표 또는 몇백 표 차로 승부가 갈린 지역에서는 패배한 후보들이 당선무효소송과 증거보전 신청 등을 잇따라 낼 것으로 보여 총선과 관련된 각종 민형사재판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수사 및 재판 추이에 따라서는 재선거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검 공안부는 14일 16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검찰의 수사나 내사를 받고 있는 당선자는 76명으로 전체 당선자 273명의 27.8%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수사대상 당선자의 정당별 분포는 한나라당 35명, 민주당 35명, 무소속 3명, 자민련 3명이다.

검찰은 “대부분 선거관리위원회나 상대방 후보에 의해 고소 고발된 경우”라며 “경미한 사안이 많으나 이들 중에는 들여다봐야 할 사건도 더러 있으며 총선사범은 관련법규에 따라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당선자 외에도 이날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선거사범은 15대 총선의 913명보다 63% 늘어난 1495명이며 이중 61명이 구속됐고 1434명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당선자의 경우 운동원인 남상해(南相海·62)씨가 후보자 기부행위 제한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된 애경그룹 장영신(張英信)회장은 그룹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총선연대에 의해 검찰에 수사 의뢰되어 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선거사범 처리문제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 검찰이 편파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당선자가 재판에 회부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거나 당선자의 직계 가족이나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이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해 총선 후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며 “검찰의 수사가 미온적일 경우 선관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신청권을 발동해 선거부정을 엄단하는 기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지난달 20일 선거재판장 회의를 열고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은 신속히 재판해 과감하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겠다고 밝히고 선거재판에 대비해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 9명은 총선과는 별개로 각종 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으며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된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경남 함양-거창) 이부영(李富榮·서울 강동갑) 박관용(朴寬用·부산 동래) 정재문(鄭在文·부산 부산진갑) 김홍신(金洪信·비례대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서울 중구) 박상희(朴相熙·비례대표), 자민련 원철희(元喆喜·충남 아산), 무소속 박주선(朴柱宣·전남 보성-화순)당선자가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검찰은 20여건의 각종 고소 고발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부산 북-강서갑)당선자나 97년 안기부 대선자금 모금과 아들 병역비리에 연루된 김태호(金泰鎬·울산 중)당선자 등에 대해 법대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혀 재판을 받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대 국회의원 선거사상 최소 표차(3표)로 낙선한 경기 광주의 민주당 문학진(文學振·45)후보는 14일 개표를 마치고 다시 봉인한 투표함 전체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냈다.

문후보는 신청서에서 “개표 종료 직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2개 투표용지가 한나라당 후보측으로 계산됐다 정정되는 등 선관위의 개표과정에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동대문을 지역에 출마, 한나라당 김영구후보에게 11표차로 패한 동대문을 민주당 허인회(36)후보측도 이날 투표함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냈다.

허후보측은 “무효표가 659표나 돼 밤늦은 시각에 개표와 재검표가 이뤄져 유무효표 분류와 후보자별 투표용지수 계산 등에서 착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경기광주〓박희제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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