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건축물 무단변경 규제는 위헌"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건축물의 용도변경 행위를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이를 위반한 건축물 무단 증개축 행위 등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물리게 한 구(舊)건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99년 개정된 건축법도 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해 지자체들은 관련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건축물 무단 용도변경 행위를 규제할 수 없게 되는 등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하경철·河炅喆재판관)는 30일 자신이 소유한 건물 9층을 허가 없이 교회로 용도변경하고 건물 옥상에 교회 철탑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신모씨가 건축법 관련 조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 심판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이 용도변경 규제 사항을 대통령에게 백지 위임해 일반인들은 자신의 용도변경 행위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인지, 또 허가를 받지 않고 용도변경을 했을 때 시정 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것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경우에만 법률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상 위임 입법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1월 행정기관들이 행정 편의주의에 얽매여 포괄위임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것을 강도 높게 비난한 뒤 나온 첫 위헌 결정이다.

이 결정에 의해 구법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낸 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모두 돈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되며 또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사람은 내지 않아도 된다.

헌재 관계자는 “똑같은 신법에 대해서도 위헌법률 심판이 제기되면 위헌이 확실한 만큼 행정기관들은 관련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용도변경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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