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유해 中서 곧 발굴키로…매장장소 확인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31분


안중근(安重根)의사 유해발굴위원회는 17일 “중국 뤼순(旅順)감옥에서 처형당한 뒤 감옥내 수인묘지에 묻힌 안의사의 유해 매장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했다”며 “중국 및 북한의 양해를 얻는 대로 곧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해발굴위 도쿄(東京)사무국(사무국장 송영순·宋榮淳)측은 이날 도쿄의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의사 매장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2월 일본에서 입수한 지도 및 서류와 방증자료 등 여러 점”이라며 “신뢰할 만한 일본 국가기관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국장은 유해발굴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와 북한의 양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측의 양해를 얻은 뒤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신천이기 때문에 북한측이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의사가 묻혀 있는 수인묘지는 1만5000여평 규모로 일제가 패망한 뒤 중국의 애국열사를 묻는 공동묘지로 바뀌었다.

송국장은 정확한 매장장소를 측정하는 데 1개월, DNA감정을 포함해 안의사의 유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1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늦어도 연내에는 유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국장은 이미 중국측과 협상을 시작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 및 북한을 방문, 발굴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쿄사무국의 사이토 미치노리(齊藤充功)가 뤼순의 공동묘지를 방문해 유해가 묻혀 있는 장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전했다.

수인묘지에 묻힌 중국인들은 대부분 옹기형 관을 썼으나 안의사는 보통관에 묻혔다는 기록이 있어 지하탐사기를 동원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송국장은 덧붙였다.

안의사는 1909년 10월26일 만저우(滿洲)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했으며 이듬해 3월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유해발굴위측은 1997년 당시 황병태(黃秉泰)주중대사가 첸치천(錢其琛)외교부장과 ‘중국측이 안의사의 유해발굴에 협력한다’는 각서를 교환했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의사 유해발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족한 ‘안중근의사 성역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돈명 함세웅 김상근 이창복씨 등)의 산하단체로 16일 발족했다. 도쿄사무국은 그 부속기관이며 사무국장 송씨는 1990년부터 안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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