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서 슬롯머신 불법 운영 10개업소 적발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5일 자정경 서울 무교동의 N호텔 지하 오락실. 담배연기 자욱한 오락실엔 ‘대박’을 기대하며 슬롯머신 앞에 앉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7자 세개가 나란히 서면 시상금은 무려 원금의 900배. 보통 기본 베팅액이 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본 베팅만 해도 27만원을 거머쥘 수 있다.

이런 대박을 기대하며 이날도 오락실에 나온 자영업자 K씨(35). 그러나 여느 날처럼 2시간 만에 갖고 있던 20만원을 모두 날렸다.

이처럼 손님들이 쉽게 돈을 잃는 이유는 낮은 시상률때문. 슬롯머신이 법적으로 허용된 일본의 경우 시상률이 90%를 넘기 때문에 2∼3시간을 해도 10만원을 잃기가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딸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불법 제작된 슬롯머신의 시상률은 고작 20∼30%선. 하는 쪽쪽 돈을 잃게 되어 있다.

그래도 겉으론 전혀 도박이 아닌 것처럼 꾸며놓고 있다.

현행법상 오락실의 설치는 합법적이지만 오락실에 사행성 기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으로 되어 있어 업소에선 손님이 낸 돈만큼 점수를 부여하고 손님이 딸 경우 제3의 장소에서 돈으로 바꿔 돌려주고 있다.

이렇게 불법슬롯머신을 설치해 영업중인 호텔 오락실 업주들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6000여만원. 기기 한 대당 150만원 정도를 버는데 호텔 대형오락실의 경우 보통 40대씩 설치해 놓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2일 이런 식으로 도박영업을 해 온 서울시내 10개 호텔 오락실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S호텔 오락실 업주 정모씨(33) 등 업주 8명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종업원 3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