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 '만민공동회' 개최…시민들 "정치개혁" 한목소리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1분


거침없는 주장과 쏟아지는 말들. 칠순의 할아버지도, 투표권이 없는 중학생도 아무 거리낌 없이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토해냈다.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는 총선시민연대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개최한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

이 집회는 총선연대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집회였다.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소식에 전날부터 발언내용을 집에서 준비했다는 김민수씨(70·서울 종로구 옥인동)는 꼼꼼히 밑줄친 16일자 동아일보 칼럼 ‘유시민의 세상읽기’를 유창한 목소리로 읽은 뒤 “방탄국회나 여는 야당, 권위주의에 빠진 여당 모두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역설했다.

올해 대학에 합격한 김지범군(19·부산 진구 개금동)은 신세대답게 V자를 그리며 등장해 “저는 이번에 투표권이 없지만 어른들이 제발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주세요”라고 진지하게 호소했다.

장사를 한다는 최선영씨(31·서울 금천구 시흥동)는 “직접세와 간접세를 적절히 부과해 공평과세를 이룩하자”고 주장하다 “그러려면 총선에서 부패무능 의원을 뽑아서는 안된다”며 ‘경제정의’와 ‘정치개혁’을 연결시키는 재치를 발휘했다.

경희여중 3학년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은 “투표권을 얻으면 어떤 후보를 뽑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젊고 잘생긴 사람이요”라고 당당히 대답해 폭소가 터졌다. 이 여학생은 ‘썰렁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곧바로 “그러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1시간동안 진행된 토론을 지켜본 회사원 김승모씨(30·경기 고양시 일산구)는 “모든 국민이 지금처럼 허심탄회하게 정치를 비판하고 또 정치권이 이를 귀담아 듣는 진짜 민주주의가 이번 총선에서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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