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교도관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여명 학살"

  • 입력 2000년 1월 8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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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직후 있었던 ‘대전형무소 재소자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전형무소에서 근무했던 전직 교도관이 50년만에 입을 열고 그때의 참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전직 교도관들의 모임인 교정동우회 대전지회장인 김형식(金亨植·75)씨는 7일 “대전형무소에 수용됐던 재소자 가운데 사상범 1800여명이 대전 동구 낭월동으로 끌려가 군과 경찰에 의해 처형된 뒤 매장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형무소 특별경비대원으로 근무했다는 김씨는 “재소자를 낭월동으로 끌고가 군과 경찰에 인계하는 역할을 했었다”며 “처형은 3, 4일 동안 계속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형무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서무과장이 특별경비대원을 모아놓고 ‘중앙정부가 남쪽으로 이전하면서 법무장관이 나에게 형무소 일을 맡겼다. 군부와 얘기가 됐으니 정치범을 알아서 처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한 뒤 사상범을 골라 처형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당시 처형된 재소자는 대부분 ‘여순사건’관련자로 이들은 2명씩 팔이 뒤로 묶인 채 트럭에 실려 처형장소로 실려갔으며 소총을 든 헌병 4명이 호송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형은 군과 경찰이 길이 300m 정도 되는 구덩이에 재소자를 나란히 세운 뒤 주로 뒷머리에 총을 쏘는 식으로 이뤄졌으나 일본도로 죽이는 광경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형된 재소자 중에는 정식재판을 받지 않은 미결수도 상당수여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이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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