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이종왕 사의]정일순씨 가짜코트 팔았다

  • 입력 1999년 12월 19일 23시 18분


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20일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의 수사결과 발표문에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기막힌 ‘상술’도 한 몫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지난해 11월 가짜 해외 유명 상표가 달린 도매가격 550만원과 75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이형자(李馨子)씨에게 각각 2500만원과 3500만원에 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9월 중간도매상인 박모씨(51·여)로부터 가짜 ‘샤넬’상표를 단 검은색 밍크코트 한 벌을 550만원에, 롱밍크코트 한 벌을 650만원에 각각 구입했다.

또 같은해 10월에는 가짜 ‘발렌티노’상표를 단 롱밍크코트를 750만원에, 메이커 표식이 없는 7분코트 3벌을 각각 550만원에 사들였다.

정씨는 이중 550만원짜리 밍크코트와 750만원짜리 롱밍크코트를 11월5일과 13일 매장에 찾아온 이씨와 동생 영기(英基)씨에게 팔아 5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 특검측의 주장이다.

특검팀은 정씨에 대해 ‘사기’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씨도 이들 밍크코트의 상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도 로비를 부탁하려고 ‘일부러 속아서’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특검팀에서 “코트 구입 후 샤넬 및 발렌티노 상표를 옷에서 떼어냈다”고 말했고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도 “이씨 자매가 13일 두번째 코트를 사가면서 최순영(崔淳永)회장 이야기를 꺼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특검팀에서 “정사장이 상표가 가짜인 사실을 알고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일단 검찰에 ‘상표를 속여 판’사기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특검팀은 정씨가 나머지 밍크코트 4벌의 행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이 옷이 다른 장관 등 고위층 부인에게 로비용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부분도 함께 수사의뢰했다.특검팀 관계자는 “정씨가 구속됐다면 4벌의 밍크코트가 누구에게 갔는지도 털어놓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신석호·김승련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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