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容宅국정원장 발언 파문]與 "또 악재" 침울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의 ‘DJ 정치자금’발언 파문이 일자 정치권은 17일 벌집쑤신듯 어수선했다. 여권은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며 침울한 분위기고 야당은 ‘호재(好材) 중 호재’라며 쾌재를 불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천원장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낮 청와대출입기자 부부초청 오찬간담회에서도 상당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회피.

김대통령은 천원장을 경질할 경우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불필요한 여야공방으로 확전돼 정치권 전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듯 천원장의 사의를 물리쳤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천원장의 유임으로 사태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

○ …국민회의는 이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 속에 천원장의 ‘경솔한 처신’에 불만을 토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총재단회의에서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며 “옷사건도 그렇지만 측근들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서야 되겠느냐”고 지적.

천원장 거취문제와 관련해서는 “미적거리면 옷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며 경질을 주장하는 경질론과 “세풍(稅風)사건으로 맞불을 놔야 한다”는 경질불가론이 교차.

○…한나라당은 옷사건에 이어 ‘대형 호재’가 터졌다고 반색하며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洪錫炫)회장이 정치자금의 전달자가 된 배경에 촉각. 이총재는 이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은 재벌로부터 돈을 받아놓고 시치미를 떼면서 야당의 정치자금만 샅샅이 뒤져왔다”고 ‘세풍사건’으로 쌓인 DJ에 대한 감정적 앙금을 표출.

〈양기대·박제균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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