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政갈등 중대 갈림길…청와대 "합의도출 최선"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朴仁相)이 13일 현정권과의 ‘정책연합’ 파기 및 대정부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노정(勞政)갈등이 첨예한 정치투쟁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 양측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막판 이견조율에 나섰으나 현재로선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18일 폐회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처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7년 12월 현정권과 맺었던 정책연합을 13일로 파기한다”면서 “이는 보다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대정부투쟁을 위한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박위원장은 “유급전임자 상한선 등을 정하자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선 공약으로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 집권여당의 총재권한대행조차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식언을 하는 등 정부여당에 더이상의 기대를 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연합 파기를 선언하지만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우리의 요구를 입법화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서 “정부여당이 끝까지 노동계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후보 낙선운동과 총파업투쟁을 비롯한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박위원장 등 한국노총 간부 15명은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서 8일째 벌여온 농성을 풀고 국민회의 당사에서 철수했다. 한국노총은 그러나 14일 오전 국민회의 전국 지구당앞에서의 동시다발 집회를 시작으로 17일 시한부 총파업, 23일 전면총파업 및 대규모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민주노총도 1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근로시간 단축 등 10대 개혁입법 처리를 촉구하는 대정부 대사용자 강경투쟁을 결의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14일 파업유도 의혹이 확인된 조폐공사 노조의 전면파업을 강행하면서 국회 앞에서 매일 저녁 항의집회를 갖고 18일 전국적인 동시다발집회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협상이 잘 풀릴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밝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각론에서는 여러가지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시행령으로 넘기면 된다”면서 “15일을 전후해 노사정위 협상이 있을 예정이며 여기서 잘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회기내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중재노력이 끝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경우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용관·윤상호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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