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정일순씨 사기미수혐의 추가

  • 입력 1999년 11월 24일 23시 22분


‘옷 로비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은 24일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사기미수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시켰다.

그 혐의사실에는 특검팀이 그리고 있는 ‘옷 로비 의혹’사건의 밑그림이 드러나 있어 관심을 끈다.

특검팀은 영장에서 연정희(延貞姬)씨가 ‘우연히’ 라스포사에 갔다고 명시했다. 영장에는 또 이례적으로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배정숙(裵貞淑)씨에게 1번, 정씨에게 5번이나 사용했다. 영장내용으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

지난해 10월22일 이형자(李馨子)씨는 라스포사를 찾아가 고위층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사장 정씨에게 “남편 최순영(崔淳永)신동아 회장이 모함을 당하고 있으니 고위층에 잘 말씀드려달라”고 부탁한다. 이씨는 남편의 구명을 위해 라스포사에서 비싼 옷을 많이 산다. 정씨는 11월5일경 이씨의 곤궁한 사정을 이용해 25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반강제적으로 판다.

12월18일 배씨가 라스포사를 찾아가 “신동아그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씨 비위를 맞추느라 힘들다. 곧 연씨를 데리고 올테니 좋은 물건을 갖다놓으라”고 말한다. “연씨 등이 라스포사에서 수천만원어치의 옷을 입어보고 갔다”는 배씨의 ‘거짓말’을 들은 이씨 자매가 같은 날 저녁 라스포사에 들러 사실을 확인한다.

정씨는 이같은 정황을 통해 ‘배씨가 연씨에게 이른바 로비를 하려 하고 이씨도 연씨의 옷값을 대신 치르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같은 날 밤 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연씨에게 내일 밍크코트 3벌 등을 보여줄텐데 가격이 기천만원이다. 그 옷값을 내달라”는 취지로 말한다. 이 때는 연씨가 다음날 가게에 올지, 무슨 옷을 가져갈지도 모르는 상태.

12월19일 정씨는 배씨의 권유로 라스포사를 찾아간 연씨에게 400만원짜리 밍크반코트 1벌을 권하고 연씨 차에 실어 보낸다. 다른 밍크코트나 외제옷은 연씨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정씨는 12월21, 22일 이씨의 동생에게 4차례 전화를 걸어 “언니를 생각해서 옷값 대납을 요구하는 것이다. 옷값은 한장(1억원)정도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이씨측이 끝내 거절해 정씨의 사기는 미수에 그친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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