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1월 18일 00시 2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또 이들외의 ‘제3자’가 개입했다는 물증도 확보했다.
따라서 수사는 옷 로비 의혹사건 자체보다 더욱 파괴력을 지닌 ‘축소은폐 조작’이라는 또다른 실체로 다가서는 듯한 양상이다.
◆호피무늬 반코트배달 및 반납
특검팀이 배정숙(裵貞淑)씨 주변 인사로부터 압수한 청와대 사직동팀의 최초 내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씨가 코트를 반환한 날짜는 당초 연씨가 주장한 1월5일이 아니라 1월8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씨가 코트를 배달받은 날짜도 당초 주장대로인 지난해 12월26일이 아니라 12월19일이라는 연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연씨는 “딸과 함께 매장에 가지 않은 날 옷을 배달받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26일은 딸과 함께 갔다”며 ‘배달일자가 19일’이라는 특검팀의 추궁에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정씨의 옷값 대납요구
특검팀은 정일순(鄭日順)씨가 이형자(李馨子)씨의 여동생 영기(英基)씨에게 시외전화를 건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정씨는 98년 12월21일 오전 8시와 22일 오전 8시28분에 전화를 걸어 15∼16분 가량 통화했다.
특검팀은 정씨가 이 통화에서 영기씨에게 연씨의 옷값으로 기천만∼1억원을 요구했다고 결론내렸다.
정씨도 통화사실은 시인했다. 영기씨는 “내가 돈을 내겠다고 했더니 정씨가 ‘당신이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며 액수를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위증 공모
수사팀은 이 사건의 한 관련자가 배씨에게 청문회 직전 건 전화통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압수한 결과 연씨 등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입을 맞춰 위증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이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 관련자는 배씨에게 “연씨에게 옷이 배달된 날짜가 26일이라고 이야기 하자. 연씨와도 이야기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특검팀은 정씨로부터 “연씨가 청문회 하루전 전화를 걸어 똑같은 요구를 해 그렇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국가기관 등 제3자의 개입 의혹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정씨와 연씨가 코트가 배달된 시점에 대해 처음부터 26일이라고 철저히 입을 맞춘데는 제3자의 조율이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가 올 1월 누군가로부터 받은 팩스에는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 조심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모두 사직동팀의 내사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때 일어난 일이다.
‘제3자’와 ‘팩스송신자’는 이런 극비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인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