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수사]정일순씨 행적 또 관심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 사장과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10년간 거래를 유지해 온 각별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들의 ‘잘못된 만남’은 지난해 10월말 정씨가 이씨에게 ‘최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다음은 정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과 실질심사 내용을 통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라스포사 매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배씨는 정사장에게 “내가 신동아 최회장을 위해 뛰고 있다”며 “앙드레 김 등을 다니면서 수천만원어치 물건을 샀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정씨는 고급제품을 준비한 뒤 ‘옷값대납 전화’를 세차례에 걸쳐 시도했다.

첫 전화는 12월18일 오전. 정씨는 이씨에게 “내일 고위층 부인들이 라스포사에 와서 물건을 사갈 것이니 ‘한장(1억)’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정사장은 21일과 22일에도 막내동생 영기씨의 경기 용인시 기흥읍 자택으로 전화했다. “19일에 물건을 가져갔으니 한장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한 것.

그러나 정사장은 16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옷값대납 요구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형자씨에게 전화했다는 18일은 형자―영기 자매가 라스포사 매장에서 몇시간 동안 검찰총장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는 것. 옷값 대납을 요구하려면 같이 있는 동안 해야지 왜 굳이 돌아간 뒤 집으로 전화하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검사팀의 조사에 따라 정사장은 국회에서도 위증 혐의로 고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씨는 국회청문회 기간에 줄곧 “이씨 세자매가 공모해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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