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씨 밀입북사건 재수사]검찰 중립성 또 도마위에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서경원(徐敬元)밀입북사건’에서 불거진 ‘김대중(金大中)총재 1만달러 수수 및 불고지(不告知)사건’을 사실상 전면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극히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 의원의 ‘퇴출’을 겨냥한 ‘표적수사’ 혹은 ‘기획수사’라는 야당의 반발 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검찰내부에서도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시비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수사의 파장

검찰은 이 사건 재수사가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상태에서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있느냐’하는 평가가 문제가 됐던 ‘12·12 및 5·18사건수사’보다 검찰 조직에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수사의 결과가 검찰의 당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쪽으로 나올 경우 검찰이 검찰수사를 뒤집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검찰의 당시 공소사실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는 사태가 더욱 심각한 그야말로 예민한 정치적 사안이라는 게 검찰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향후 수사전망

임승관(林承寬)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12일 “관련기록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전면 재수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그러나 ‘기록검토가 끝난 뒤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는가’라는 질문에 ‘1만달러 수수 및 불고지사건은 재수사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서경원 밀입북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났기 때문에 재수사의 초점은 검찰의 공소취소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찰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수사진전에 따라서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없는 상황. 특히 안기부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씨가 고문당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수사는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 의원과 검찰출신 수사관계자들의 소환조사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89년 수사의 내용과 문제점

당시 검찰은 김총재가 1만달러를 받았다는 부분을 관련자의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인정, 기소했다. 서씨는 조사과정에서 20여차례나 “평소 돈이 없어 당으로부터 얻어쓰기만 하다가 마침 목돈이 생겨 김총재에게 100달러짜리 100장을 흰종이에 싸서 나의 농민활동 기사가 실린 아사히신문과 함께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서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총재가 자신이 밝힌 것보다 2개월 빠른 89년 4월경 서씨의 밀입북을 알고 있었다며 불고지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김총재는 “서씨가 의원회관에서 기거할 정도로 가난했는데 그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거꾸로 돈을 받았겠느냐”며 ‘완전조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4월인지설’도 터무니없는 조작이라고 맞섰다.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무리한 기소라는 공방이 치열했던 이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규명될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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