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자수/檢警표정]"왜 갑자기 지금 자수했을까"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3시 25분


▼大檢 배경 의문제기▼

○…대검 강력부와 공안부 관계자들은 이근안이 갑작스럽게 자수하자 “왜 하필이면 이런 때에…”라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

이들은 “이씨가 제발로 자수한 것에는 무언가 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밀항 등의 방법으로 출국하지도 않고 국내 어디엔가 충분히 숨어 있었을 사람이 왜 자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자수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은 “그동안 이씨가 검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 내부의 도움설 등 나쁜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이같은 악몽을 떨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착잡한 표정.

경찰 고위관계자는 “‘안잡느냐 못잡느냐’ 등 이씨의 검거를 둘러싼 각종 추측에 경찰은 부담이 컸었다”며 “이왕이면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에 자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씨의 자수는 잘된 일”이라고 언급.

▼"나중에 다 밝히겠다"▼

○…이씨는 이날 밤 11시55분경 경찰관 20여명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서울지검 강력부 관계자들에 의해 서울지검으로 압송됐다. 녹색잠바와 밤색 바지 차림으로 성남지청을 나선 이씨는 10년이 넘는 수배생활을 거치며 60대 초로(初老)의 나이가 되어 예전과는 다른 모습. 그는 수배전단에 나타난 것과는 달리 머리가 희게 세어 있었다.

○…29일 0시19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한 이씨는 포토라인에 선 뒤 그동안의 도피생활과 현재 심경에 대한 취재진의 ‘소나기 질문’에 “나중에 다 밝히겠다”고만 짧게 응답하고 곧바로 11층 강력부 조사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로 직행.

엘리베이터에 탄 채로 “마음이 편안하냐. 홀가분하냐”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을 받은 이씨는 입가에 묘한 웃음만 지은 채 묵묵 부답.

▼李씨부인 외출 집비워▼

○…이씨의 부인 신모씨(60)가 사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2동 129의137 주택은 이날 밤 불은 켜져 있었으나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응답이 없었다.

한 주민은 “신씨가 오전에 외출복차림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디 멀리 가나’싶었는데 그 뒤 돌아오는 모습을 못봤다”고 말했다.

신씨는 최근까지 둘째아들(36)부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12월 기자와 만나 “국민세금을 받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이 뭐가 무서워 안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연락이 없는 남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씨는 또 “남편이 피신한 것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윗사람들 때문인데 정작 그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돌봐준 적이 없다”며 의리없는 ‘그 사람들’을 원망하며 “나쁜 놈의 사람들에 대한 의리는 어서 버리고 돌아와달라”고 말했었다.

큰아들은 충남 논산에서 따로 살고 있고 둘째아들은 건강이 나빠져 몇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일자리를 못찾아 집에서 쉬고 있으며 막내아들(25)은 현역병으로 복무중이다.

▼피해자 "치떨린다"▼

○…85년 간첩으로 몰려 당시 경기도경 대공분실에 끌려가 이씨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던 납북어부 김성학씨(강원 속초시)는 이날 밤 이씨의 자수소식을 듣고 “죄를 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고 심경을 피력.

김씨는 “14년간 이근안을 비롯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피눈물나는 싸움을 벌인 것을 생각하면 그 한이 지금도 풀리지 않는다”며 “그때 끌려가 3개월간 당했던 모진 고문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고 울분을 토로.

〈사회부·지방자치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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