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할인공세 "알면 속터진다"…실질 혜택없어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선전하고 있는 각종 요금할인 제도가 광고문구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1004분 무료통화’ ‘매일 18분 무료통화’ ‘맞춤 요금 서비스’ 등 겉으로는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만 혜택을 주는 시간대를 극도로 제한하거나 광고에 없는 ‘이면조건’을 내걸어 가입자가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별로 없다는 것.

며칠 전 회사원 김모씨(34)는 월 2만9900원의 기본요금만 내면 매달 1004분간 무료통화가 가능하다는 L사의 광고를 보고 가입을 신청하려다 ‘실상’을 확인한 뒤 포기했다.

무료통화가 가능한 1004분 가운데 825분은 통화 가능성이 극히 적은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로 제한돼 있었던 것.

반면 통화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인 오후 5시반부터 7시반까지의 무료통화 시간은 19분에 불과했다. 또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오후 7시반부터 자정까지의 무료통화 시간도 30분에 불과했다.

H사는 기본요금에 2000원을 더 내면 매일 18분간 무료통화가 가능하다고 선전한다. 휴대전화의 일반요금이 10초당 18∼26원인 점을 감안하면 계산상 매일 2000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혜택’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입할 때 지정한 단 한 개의 번호에 한해, 그것도 하루 5분 이상 통화했을 경우에만 18분의 ‘덤’을 얻을 수 있다. 업무상 매일 5분 이상 통화하는 번호가 아니라면 일반인들에겐 거의 의미없는 혜택인 셈.

할인요금제의 실상도 비슷하다. 통신사들마다 가입자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표준요금’ 외에 10여가지 다양한 요금제도를 만들어 가입을 권하지만 5개사 모두 할인시간대를 오전 6∼8시, 오후 9시∼자정으로 묶어놓았다.

특히 기본요금만 표준요금보다 3000∼4000원 정도 싸고 통화료는 최고 2배 이상 비싸게 해놓아 결국 표준요금보다 손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마디로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광고만 보면 엄청난 혜택을 줄 것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각종 할인제도는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실토했다.

서울 YMCA시민중계실 김종남(金宗男)간사는 “조삼모사식 할인제도보다 표준요금을 인하해 가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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