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70대 할머니, 평생 모은 10억 서울대병원에 기증

  • 입력 1999년 8월 24일 15시 08분


70대 할머니가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평생 모은 돈 10억원을 23일 서울대병원에 기증해 감동을 주고 있다.

김선용(金善鏞·71·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메동)할머니.할머니는 박용현(朴容眩)서울대병원장에게 “정말 고생해서 번 돈”이라며 “가난하고 불우한 환자들에게 의료혜택을 많이 베풀어달라”고 말했다.할머니는 같이 살고 있는 하나뿐인 외손자에 대해선 “젊은 사람이 제 앞가림은 하고 살 것”이라며 단 한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남편 이용갑(李用火+甲·82년 작고)씨와 함께 다섯살배기 딸을 데리고 월남했다.부산에 둥지를 튼 할머니는 월남할 때 가지고 온 금가락지 2,3개를 밑천 삼아 잠옷장사를 시작했다.다행히 전쟁 와중에도 옷맵시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60년대 중반 서울로 이사했다.종로구 인사동에 작은 화랑을 사들이기도 했다.정말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다.할머니가 인심을 잃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그 돈 벌어 어디 쓸거냐”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할머니는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서민들을 위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사회에 전재산을 환원하기로 한 것.

따지고 보면 할머니는 ‘병(病)’과 함께 평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남편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였지만 몸이 안좋아 위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하나뿐인 딸(현재 54세)도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건강이 좋지 않다.할머니 자신도 20년전부터 당뇨를 앓아 왔고 최근 위까지 나빠졌다.

할머니는 “이제 소원을 이뤘다”며 수줍은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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