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김인호씨 '환란' 판결문 요지]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1.강경식의 기아 처리 관련 직권남용여부〓기아사태의 적절하고 신속한 처리가 요망되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 제삼자 인수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도움이 될 수 없었다는 점, 또 피고인이 기아문제의 처리에 대해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채권은행단과의 협의에 맡긴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힘으로써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정부로서도 기아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그 부도에 따르는 금융시장의 불안,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대외적 신인도의 문제 등에 관해 방관할 수 없는 것이므로 기아문제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직권을 남용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강경식의 외환시장 개입 중단지시와 관련된 직권남용여부〓97년 10월28일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윤증현이나 그로부터 순차적으로 다시 지시를 받은 원봉희, 김석동은 모두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은 “한은총재와 협의해 환율운용을 한은이 책임지고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다. 또 제반증거에 비춰 윤증현으로부터 원봉희를 거쳐 정규영에게 피고인의 지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내용이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3.외환위기 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여부〓공소사실에 의하면 강경식과 김인호피고인은 97년10월29일 외환위기로 급진전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10월29일 보고 당시의 객관적 경제상황 및 그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들의 인식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보고 당시의 경제상황을 외환위기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인식하고도 이를 은폐, 축소보고하는 식으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4.김인호의 직무유기여부〓검찰은 11월8일 및 11월10일 보고가 축소보고라는 점의 전제로 피고인들은 11월8일 경에는 당시의 외환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 지원요청을 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상황 및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인식과 대응과정과 경제학자들에 의할지라도 국가가 외환위기의 상황에서 IMF구제금융 요청을 검토한다고 할 때 IMF 이외의 대안을 검토하고 점검해봐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모두 동의하고 있는 사실, 재경원은 피고인 강경식의 지시에 의해 자산담보부 증권, 백업 퍼실러티 방안 등을 검토했고, 피고인들과 이경식을 비롯해 재경원, 대통령비서실, 한은 실무자들은 11월13일에 이르러서야 IMF에 자금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5.강경식의 직무유기여부〓검찰은 강경식이 IMF 금융 지원요청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11월10일 보고시 IMF 구제금융 지원요청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기소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첫째, 11월9일 대책회의에서 이경식, 정규영 등이 IMF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자 피고인 강경식이 “어떻게 창피해서 IMF에 가느냐, 내 재임중에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나, 정규영 이외의 증인은 이와 같은 말을 들은 바 없다는 것이고, 둘째, 11월10일 보고서에서 “IMF와의 협의” 항목을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으며, 셋째, 홍재형 이정식 윤진식이 11월11일 및 12일에 대통령과의 대화 과정에서 그 대화내용 및 대통령의 태도에 비추어 대통령은 그때까지 IMF 문제에 관해 제대로 보고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나, 관련증인들의 증언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며 추측만으로 강경식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외환위기 책임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강경식의 IMF 구제금융 요청사실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대국민 공식발표를 하기로 대통령에게 구두보고해 재가를 받은 후 해임된 사실 및 피고인이 경질되면서 후임 부총리 임창열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던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위 대책보고 후 예정했던 발표를 연기하기로 김용태 대통령비서실장과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해임후 청와대에서 후임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며 재정경제원으로 돌아온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임창열이 후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 바, 피고인으로서는 이미 기자회견까지 취소시킨 상황에서 위 대책에 관하여도 새로운 경제부총리가 임명되었으므로 그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내용을 검토해 발표시기를 다시 정할 것으로 생각하였지 취임 당일 취소됐던 기자회견을 다시 하여 그 정책을 그대로 발표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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