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돌 광복절 행사]독립공원~통일대교 '인간띠 잇기'

  • 입력 1999년 8월 15일 19시 43분


초등학생도 할아버지도, 공안사범경력자도 한국전쟁참전용사도 모두 ‘통일을 열망하는 한마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되새기고 민족의 통일을 갈망하는 심정에는 남녀노소의 구분도, 진보와 보수의 가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제54회 광복절인 15일 오후 4시40분경 5만7000여명이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부터 통일대교까지 53㎞ 사이에서 손에 손을 맞잡는 ‘통일 염원 인간띠’를 만들었다.

이 행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상임의장 한광옥·韓光玉)가 남북화해와 민간통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99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겨레손잡기 대회’. 한국노총 자유총연맹 등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250개 단체의 시민들이 참가해 독립공원→구파발→파주, 문산→임진각→통일대교 북단을 잇는 거대한 인간띠를 형성했다.

특히 판문점을 불과 8㎞ 앞둔 통일대교 북단에서는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 등 공안사건 관련인사들과 한국전쟁참전자회 이산가족 등 분단과 이념대립으로 피해를 보며 서로 반목해 온 200명이 손을 맞잡기도 했다.

20분간 진행된 이 행사의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행사가 끝날 무렵 “통일 만세”를 외치며 분단조국의 아픔을 달랬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영상메시지로 보내온 축사를 통해 “이 행사가 지역 계층 세대 성별의 차이를 극복하고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단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원래 ‘인간띠’잇기 행사는 98년 민화협이 기획할 당시 임진각을 넘어 북한 주민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계획한 것. 하지만 북측의 거부로 ‘통일의 인간띠’는 결국 임진각에서 끊기는 아쉬움을 남겼다.

민화협의 박동규(朴東奎)부대변인은 “휴전전에서 끊어진 인간띠가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아 가슴아프다”면서도 “언젠가는 온국민이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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