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부모, 이민위장 아들 병역기피…의사 2명 구속

  • 입력 1999년 8월 10일 17시 38분


일부 부유층 부모들이 해외이민 신고절차와 병역연기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이민을 위장하는 수법으로 아들의 병역을 기피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박상옥·朴商玉)는 합법적으로 이민을 간 뒤 대학생인 아들의 군입대 연기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귀국해 아들이 병역의무를 기피하도록 한 혐의로 임훈(林薰·53) 김명동(金明東·56)씨 등 의사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위조된 이민 서류를 제출해 고교생 아들의 징병검사 연기처분을 받아낸 혐의로 주부 유모(49),김모씨(45)를 불구속기소했다.

돈을 받고 주부들에게 가짜 서류를 만들어 준 혐의로 이민 알선 브로커 유재익(劉載翼·39)씨가 구속기소됐고 재미교포 김수태(金秀泰·43)씨는 지명수배됐다.

검찰에 따르면 “의사인 임씨와 김씨는 귀국 즉시 병원업무와 부동산임대업 등을 계속해 왔고 이들의 아들도 재학중인 국내 대학에 정상적으로 다니는 등 처음부터 이민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주부 유씨 등은 5월 브로커 유씨 등에게 고교생 아들을 출국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1600만∼1700만원씩 주고 이들이 위조해 준 미국대사관 발급 이주허가통지서(SEO-54)를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이주과에 제출해 아들을 유학보내고 징병검사를 연기시킨 혐의다.

브로커 유씨 등은 SEO-54의 정상발급여부를 확인하는 제도가 10년 전 폐지된 점을 악용,주부 유씨 등의 남편이 미국 영주권자인 것처럼 가짜서류를 만들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주부 유씨 등이 처음에는 취업이민을 알선하겠다는 브로커 유씨의 말에 속아 2000여만원을 사기당한 피해자라는 점을 고려해 구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서류위조와 위장이민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5명에 대해 국외여행 허가 및 병역연기 처분을 취소하도록 병무청에 통보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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