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이 약 3억 턴 「강남 부자」는 과연 누굴까?

  • 입력 1999년 7월 18일 23시 25분


신창원(申昌源)에게 2억9000만원의 현금을 강탈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신은 은신중이던 전남 순천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1억8000여만원의 출처와 관련해 지난달초 서울 강남의 한 고급빌라에서 인질극을 벌여 강탈한 2억9000만원중 일부라고 밝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전남 순천에서 부산으로 신을 호송하던중 신이 이같은 진술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은 “집주인이 신고를 하지 않을테니 그대신 자기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며 계속 집주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은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최근 TV와 신문 등에 자주 나오는 낯익은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신은 또 뇌물혐의 등이 드러났지만 처벌받지 않은 몇몇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집에 80억원이라는 거액을 갖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별탈없이 살고 있더라”고 말해 집주인이 정치인임을 암시했다.

신은 18일 경찰조사에서도 문제의 집주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수사당국이 신원을 밝혀내는 건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신이 강탈해 쓰다가 남은 1억8000여만원의 현금은 1만원짜리 100장을 종이띠로 묶고 다시 이 다발 10개씩을 묶어 놓은 것으로 현재 부산의 경찰특별조사팀이 보관중이다.

이중 100만원씩을 묶은 종이띠는 제일 장기신용 신한 등 3개 은행의 것이다. 신한은행 종이띠에는 ‘美子(미자)’라는 이름의 도장이 일렬로 찍혀 있다. 장기신용은행 종이띠에는 ‘현지’라는 이름과 ‘1999.5.25’라는 예금인출 일자까지 찍혀있다.

따라서 수사당국이 해당 은행의 강남 지역 지점을 대상으로 5∼6월에 수천만∼수억원의 현금을 인출해간 고객을 추적한다면 문제의 집주인 신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은 경찰호송차에서 “6월초 서울 강남의 주택가 일대를 배회하다 BMW 링컨콘티넨털 등 외제 승용차 여러대가 주차돼 있는 100여평형 고급빌라에 침입했다”고 말했다.

신은 또 “빌라에 있던 부부와 아들 등 3명을 흉기로 위협해 금고를 열게 하니 금고안에 5000만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60장이 보관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은 “남편과 아들을 인질로 잡고 은행문을 열 시간에 부인을 시켜 CD 5장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꿔오게 해 이 돈 2억5000만원과 금고 밖에 따로 보관중이던 4000만원 등 총 2억9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신이 진술한 기간에 그같은 거액의 강도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이 2년반의 도피기간중 이 집 외에도 상당수 부잣집을 털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내놓고 신고를 하지 못한 ‘사연 있는 피해자’의 이름이 속속 거론되며 ‘신창원 리스트’파문이 일 가능성이 크다.

〈이명건기자·순천〓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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