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청와대 사정팀 뭘 내사했나?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청와대사정팀은 도대체 무엇을 내사했나.

고위공직자와 재벌 부인이 관련된 ‘고급 옷 로비 의혹’을 내사한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수사의지를 갖고 파헤쳤다”고 말했다.그러나 수사전문가들은 “수사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사원칙을 무시했고 수사결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광주고 17회인 박비서관과 당시 박상천(朴相千·광주고 6회)법무장관, 김태정(金泰政·〃8회)검찰총장, 문제의 옷가게인 라스포사 정환상(鄭煥常·〃4회)회장이 모두 광주고 동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 청와대 사정팀의 주장은 ‘1월 중순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당시 검찰총장과 행정자치부, 통일부 장관 부인에게 접근해 밍크코트 3천만원짜리 1세트를 주었다’는 소문이 나돌아 내사에 착수했다는 것. 그리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수사를 종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점이 너무 많았다.

첫째, 사정팀은 내사과정에서 이씨와 장관부인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대질신문조차 하지 않았다.

둘째, 당시 김태정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조사도 미흡했다. 김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청와대에서 몇번 전화가 걸려와 대답했으며 조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정팀은 “연씨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직접 조사를 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옷이 검찰총장 댁에 잘못 배달됐다”고 말했다.

또 수사발표 내용도 문제다. 사정팀은 라스포사 의상실 옷값이 20만∼30만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회장 부인 이씨는 의상실에서 3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샀다고 말했다. 28일 경찰청을 찾아간 한나라당 의원에게 설명한 내용을 청와대사정팀이 그동안 명쾌히 밝히지 않은 것도 사건의 의혹을 더욱 부풀리는 결과를 빚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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