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현대 수사」배경 주목…금감원『단순 의뢰』

  • 입력 1999년 5월 24일 19시 09분


현대그룹이 주식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잇따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4일 금강개발 정몽근(鄭夢根)회장과 이 회사 홍모이사에 대해 증권거래법(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위반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강개발은 올 4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었으나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몽근씨가 회장으로 있어 사실상 ‘현대가족’.

현대는 지난달 현대전자 주가조작으로 고발된 김형벽(金炯壁)현대중공업회장, 박세용(朴世勇)현대상선회장 등에 이어 정회장까지 수사의뢰됨으로써 그룹 핵심간부와 오너 일가가 줄줄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정회장 등은 작년 6월 현대의 금강산 관광개발을 전후해 모두 25차례에 걸쳐 금강개발 주식 18만8천여주(7억3천3백70만원어치)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정회장 등이 주식을 매입할 당시 금강개발 주가는 3천원대였으나 지금은 약 1만2천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금감원은 정회장 등이 금강개발의 금강산 관광개발 참여정보를 미리 알고 시세차익 획득을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소의 모니터링에 적발된 정회장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통보받아 조사한 뒤 검찰에 넘겼다는 설명. 그러나 조사배경을 놓고 재계에선 말들이 분분하다.

금감원은 당초 조사결과 정회장 등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입증하기 어려워 무혐의처리 방침을 시사하는듯 하다가 수사의뢰로 급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정몽근회장 외에도 현대전자 주식 매매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오너 경영자로 수사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금감원 박태희(朴太熙)조사2국장은 “금감원이 갖고 있는 임의조사권 만으로는 진상을 밝힐 수 없어 검찰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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