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墓훼손 용의자 음독]범행동기등 「미궁」우려

  • 입력 1999년 4월 24일 09시 01분


이충무공 등 덕수이씨 문중묘소 훼손 사건을 수사중인 충남 아산경찰서는 23일 유력한 용의자인 양모씨(48·여·무속인)를 검거했으나 현장확인 도중 양씨가 음독자살을 꾀하도록 하는 실수를 범해 자칫 사건 전모가 미궁에 빠질 우려를 낳고 있다.

▼ 용의자 음독 ▼

이날 오후 7시반경 쇠말뚝을 구입한 부산 동구 범일2동 덕창공업사에서 현장 확인 중 “용변을 보고 싶다”는 양씨를 무심코 화장실에 보내는 바람에 양씨가 몸 속에 숨겨둔 드링크 병에 든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 중태에 빠지는 상황이 빚어졌다.

범인검거에 들뜬 경찰이 화장실에 가는 양씨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이에 따라 양씨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등을 가리지 못해 사건 전모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 용의자 행적 및 주변 ▼

양씨는 10여년 전부터 부산 북구 덕천1동에서 ‘백철학관’을 운영해왔다. 이 철학관은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으나 이웃 상가 주민들은 “평소 양씨는 혼자 살면서 이웃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씨의 철학관에서 압수한 물품 중에는 ‘한국묘지기행’이라는 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경찰은 양씨가 이충무공의 문중묘소와 현충사 경내의 묘지 위치 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이 책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또 범행 전에 현충사관리소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현충사 경내 묘소배치와 출입통제 상황 등을 알아본 것으로 밝혀졌다.

▼ 문중 반응 ▼

덕수이씨 문중은 용의자 검거소식이 알려지자 “충무공 탄신기념일(28일)을 앞두고 범인이 검거돼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아산·부산〓이기진·조용휘기자〉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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