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한보에 6백억 불법대출…김대성 前한보상무 영장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14분


농협이 96년 말 한보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 한보측에 6백억원대의 융통어음을 불법할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박상길·朴相吉)는 24일 융통어음 불법할인에 개입한 혐의로 한보철강의 전 자금담당 상무 김대성(金大成·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지검은 또 농협중앙회 전 부산다대포지점 차장 이상근(李相槿·43)씨 등 농협 전현직 직원 4명과 사채업자 이희순(李喜淳·50·여)씨 등 1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수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농협 전 선릉지점 차장 이수현(李壽鉉·47)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하고 전 서초지점차장 백광현(白光鉉·48)씨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상근씨 등 농협 전현직 직원들은 사채업자인 이씨 등과 짜고 96년 9월부터 11월까지 한보측이 긴급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융통어음 6백79억원(액면가 기준)을 불법할인해 6백여억원을 대출해주고 커미션 명목으로 3백만∼3천2백만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농협 등 금융기관이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조로 발행되는 진성어음만 할인할 수 있고 융통어음은 할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한보의 융통어음에 허위 납품계약서나 공사도급계약서를 첨부하는 식으로 진성어음인 것처럼 꾸며 불법할인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융통어음 불법할인으로 농협이 입은 재산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검찰은 불법할인된 융통어음이 당시 한보의 자금관리를 맡았던 김씨의 책임아래 발행된 사실을 밝혀내고 김씨를 상대로 농협에서 불법대출된 6백여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김씨는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전총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의 실질적인 자금관리책임자였으며 검찰이 97년 2월 한보사건 수사에 착수하자 잠적했었다.

한편 대검 중수부(부장 이명재·李明載검사장)는 이날 자금변칙운용과 부실운용을 은폐하기 위해 결산회계 장부를 조작한 농 축협 중앙회 간부 2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지방단위조합 임직원 56명도 부당대출과 수익사업에서 비리를 일삼은 혐의로 구속해 모두 81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농 축협 단위조합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 대로 송찬원(宋燦源)전축협중앙회장 등 축협중앙회 전 현직 간부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농수축협 비리혐의로 입건된 농 축협 임직원은 구속자를 포함해 1백4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수사에서 구속된 임직원 가운데 대출비리에 개입한 구속자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22명은 각종 사업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나머지는 면세유 횡령 등 개인비리나 선거 및 인사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위용·김승련기자〉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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