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착륙사고]「조종사 무리한 착륙」또 禍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1999년 3월 15일 18시 58분


15일 대한항공 여객기의 활주로 이탈사고는 지형여건이 좋지 않은 공항에 폭우 강풍 안개 등으로 기상여건까지 좋지 않을 때 조종사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다.
같은 조건이라도 조종사가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회항하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착륙을 강행하면 불상사가 생긴다.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들은 악조건속에서 이착륙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군 출신이어서 ‘하면 된다’는 식의 잠재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조종사는 해군 출신으로 총비행시간이 9천2백90시간이나 된다.
대한항공은 괌 공항에서의 참사(97년)에 이어 지난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최고 경영진이 조종사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무조건 회항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나 수십년간 형성돼 온 조직문화와 안전의식이 1,2년 사이에 바뀌기는 힘들어 상당수 조종사들은 경영진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회항결정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큰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회항하는 바람에 회사에 손해를 주고 이미지만 나쁘게 한다는 식의 문책이 있을까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 또 개인적으로도 착륙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국내 항공기 주요사고 일지
▽83년 9월1일〓대한항공 여객기 사할린 부근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 2백69명 사망.
▽87년 11월29일〓대한항공 여객기 인도양 안다만 상공에서 김현희에 의해 폭파. 1백15명 사망.
▽89년 11월25일〓대한항공 여객기 김포공항 이륙직후 폭발. 40명 부상.
▽93년 7월26일〓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전남 해남군 야산에 추락. 64명 사망.
▽97년 8월5일〓대한항공 여객기 괌 니미츠힐에 추락. 2백28명 사망.
▽98년 8월5일〓대한항공 여객기 김포공항 착륙중 활주로 이탈. 20명 부상.
▽98년 9월8일〓대한항공 여객기 김해공항 착륙중 랜딩기어 타이어 펑크.
▽98년 10월1일〓대한항공 여객기 울산공항 착륙중 활주로 이탈. 3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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