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탈북외교관 난민 인정…홍씨『서울 가고 싶다』

  • 입력 1999년 3월 12일 08시 32분


태국에서 북한 공관원들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해 태국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전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홍순경씨가 한국망명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큰 아들을 북한에 두고 온 홍씨가 처음에는 제삼국 망명의사를 갖고 있었으나 납치와 탈출을 겪으면서 한국망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홍씨는 지난달 종적을 감춘 후 우리측과 접촉을 가졌으며 결국 한국에 오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정부는 홍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달라는 입장을 태국 정부측에 전달했다”며 “아직 홍씨의 망명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홍씨는 일단 태국정부의 국내법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홍씨 가족이 북한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태국정부는 이미 홍씨의 외교관 지위를 박탈했으며 태국과 북한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날 홍씨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여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UNHCR는 또 이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홍씨를 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태국정부에 요청했다.

태국의 추안 리크파이 총리는 홍씨가 태국 쌀 대금을 횡령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북한은 홍씨 문제와 관련해 천재홍 태국주재대사를 1월에 평양으로 소환해 아직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한편 홍씨 부부는 납치돼 타고 가던 도요타 에스티마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전복되는 바람에 경찰에 의해 구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윤영찬·권기태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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