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명파동]심재륜 고검장 VS 이원성대검차장

  • 입력 1999년 1월 28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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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검사들만 희생양 돼야하나』★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이 퇴근한 직후인 27일 오후 5시45분경 대검찰청에 나타났다.

부인이 운전한 승용차편으로 대검에 온 심고검장은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기자실에 들어오면서 “내가 어떻게 하다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는지…”라며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이었다.

잠시 감정을 누른 그는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 죄송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국민앞에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내놓았다. 그는 “젊은 검사들이 희생양이 되어 검찰을 떠나는 것을 도저히 볼 수만 없어 이렇게 나섰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해 나가던 그는 가끔 한숨을 내쉬고 허탈한 듯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0여분 동안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는 “저는 벼슬에 대한 미련도 없다.

지난번 대검 중수부장으로 일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을 잘 반추해서 나의 행동을 판단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기자실을 떠났다.

★『이 사람이라면 고검장 자격없어』★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이 대검 기자실을 나간 뒤 5분도 안돼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이 가쁜 숨을 고르며 기자실에 들어섰다.

이차장은 당혹감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비열한’ ‘건방진’ ‘고검장까지 지낸 친구가…’ 등의 격렬한 표현을 섞어가며 심고검장을 비난했다.

그는 “심고검장이 자신의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후배검사를 시켜 이종기변호사를 회유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썼다”며 심고검장의 도덕성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식의 기자회견을 하는 사람은 고검장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질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이차장은 회견 도중 김태정(金泰政)총장의 전화를 받고 “표현이 너무 지나쳤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차장은 이후 냉정을 되찾은 듯 “기자회견을 했다고 해서 심고검장 사건을 감정적으로 처리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한 데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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