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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8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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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의 한 검사는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판사는 “아빠. 브로커가 뭔가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한다.
법조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껍질을 깨는 아픔’을 겪고 있다. 최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한 시민단체가 ‘도적×’ ‘인간말종’이라고까지 비난하는 데는 넋을 잃은 듯 하다.
전현직 판검사 38명이 줄줄이 검찰청에 불려갔거나 불려갈 예정이다. 사법 사상 초유의 사태다. 1년전 터진 의정부 이순호변호사 사건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검사가 동료 검사를 참고인이나 피의자로 조사하고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는 판사도 진술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어색하다. 법원은 판사를 소환하는 사태만은 피해달라고 검찰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들중 억울한 사람도 적지 않다. 한 검사는 “변호사가 소개비를 주고 돈을 번 수임비리사건이 판검사의 ‘뇌물사건’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일방적으로 매도만 당할 수는 없다”는 항의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법조계도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이 왜 투명한 직업의 상징이어야 할 법조인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됐는지 살펴야 한다. 그릇된 관행과 타성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노블리스 오블리제’(고귀한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는 아닌지, 그래서 국민과 메우기 힘든 감정의 틈이 생긴 것은 아닌지….
법조인의 ‘오블리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억울한 사연과 얽힌 분규를 사리에 맞고 공정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법조인이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되고 법조계는 새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서정보<사회부>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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