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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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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눈빛은 ‘결의’로 반짝이고 있었다.
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순복음교회 내 꿈나무학교.
‘방과후 학교’인 이 학교 학생들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순례의 마지막 훈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년생까지의 어린이 1백명.
1월1일 부산 해운대를 떠나 국도를 통해 경주∼대구∼대전∼천안∼평택을 거쳐 서울까지 도보와 롤러블레이드만으로 12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완주거리는 4백83㎞.
어린이들은 국토순례를 위해 올해초부터 기초체력을 쌓기 위한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하루에 한번씩 모여 롤러블레이드 타기와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통해 지구력과 근력을 길러왔고 지난 여름에는 전원이 참가해 지리산 종주에 나서기도 했다.
“자기보다 잘나거나 못난 애들을 따돌리는 ‘왕따’현상도 요즘 어린이들이 너무 나약하게 길러지다 보니까 생겨난 현상 아닐까요.”
이번 국토순례를 기획한 꿈나무학교 최영태기획실장(43)은 “과보호 속에서 나약해져만 가는 어린이들에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행사의도를 밝혔다.
어린이들은 행사를 통해 동시에 불우한 친구를 돕는 계획도 갖고 있다.
참가자별로 후원자를 선정해 어린이들이 국토순례를 완주할 경우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기금’을 후원자가 봉사단체에 기증하기로 한 것.
‘자신을 이기는 것이 곧 남을 돕는 것’임을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취지.
초등학교 5학년생 신현수군(12)은 떠나기에 앞서 ‘나도 도울 수 있다’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하루에 10시간이나 걸어가는게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돕기로 한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갈 것입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