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장교들 「北접촉」축소-은폐』…전역병 밝혀

  • 입력 1998년 12월 14일 07시 27분


군 당국이 2월초 귀순한 북한군 변용관상위(26)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한국군 부대원들의 북한군 접촉사실을 심도있게 파악하고도 부대원 교체나 관련자 처벌을 소홀히하고 재발방지책도 수립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월3일 김훈중위 부대의 중대장인 김익현(金益賢)대위가 변상위를 대대 정보과 사무실에서 10시간 정도 만났으며 김대위는 일주일쯤 뒤에 문제의 2소대와 또다른 부대(4소대) 병사들을 불러 정신교육을 실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때 김대위는 “변상위가 북측의 지형 정보 초소 화기배치 현황 등에 대해 얘기했고 적공조를 통해 우리측과 접촉한 사실을 말했다”며 “북측과 접촉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내가 하도 말을 많이해서 목이 아프다”고 북측요원 접촉 금지령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훈중위 사망 당시 부대에 근무했던 한국군 전역자 A씨(23)와 군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A씨 등은 이와 함께 “김익현 당시중대장이 부대원들의 대북 접촉을 몰랐다고 한 기자회견 내용은 이해할 수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역병들은 이같은 당시의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휘관 문책징계나 관련 부대원교체 등 후속조처가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JSA내 사병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변상위 귀순전에도 JSA내 한국군 부대원들이 북한군의 편지를 받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정상적인 절차 및 규정에 따라 처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역병들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지난해 1월초 2소대 김모병장에 대한 불심검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군측에 통보해줬으나 한국군측은 단순한 ‘지시불이행’죄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제의 편지는 ‘김정일이 판문점 북측부대를 방문해 시계를 선물하고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군당국은 단순히 북한군이 던져준 편지를 주워온 것 뿐이라는 김병장의 주장에 따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관련자를 영창보냈다가 한국군으로 원대복귀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은 특히 편지를 받아온 사병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지도 않고 ‘지시불이행’죄목 만을 적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군이 북한군과 접촉하는 것은 적군과 회합 통신하는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다.

한편 김중위는 중대장 김대위의 잦은 질책과 업무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고 A씨는 밝혔다. 매일 오전 업무보고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중대장에게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대위도 “3소대장과 함께 부임한 김중위가 소대업무 파악과 소대원 장악에 미숙함을 드러내 자주 혼낸 적이 있다”고 이를 시인했다.

<윤상호·박정훈 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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