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銃風수사]「李총재 조사」확정되면 대충돌 불가피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25분


‘총풍(銃風)’이 경제청문회와 새해예산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정치권을 또 한차례 강타했다.

검찰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소환방침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야당파괴공작’이라고 비난하며 대여(對與)투쟁의 고삐를 당겼다. 여권은 여권대로 새 변수의 등장으로 대치정국이 재연될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지난달 10일의 여야총재회담 이후 가까스로 정상화 궤도에 올랐던 정국분위기가 ‘U턴’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재판과 검찰수사가 진행될수록 총풍사건의 배후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나왔다.

그럼에도 이총재 소환방침이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시점 때문. 공교롭게도 정기국회의 양대 현안인 새해예산안 및 경제청문회조사요구서의 처리시한(2일)과 맞물리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협상을 더욱 꼬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야가 당장 격돌할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은 이총재를 소환하겠다는 검찰공언의 진위여부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1일의 대응에서도 강경일변도로 치닫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검찰에 대한 섣부른 대응은 화(禍)를 자초할 것이라는 점을 경계하는 듯하다.

여권도 국회현안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당분간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움직임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으로서는 청문회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2일 본회의에서 단독처리할 예정이던 국정조사요구서의 의결도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시점에서의 강행처리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총재소환방침을 분명히 하고 소환시점까지 확정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외환(外患)’을 대구 경북(TK)의원들의 당직거부로 심화되고 있는 ‘내우(內憂)’를 봉합할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강경투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들이 검찰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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