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실직가정 고3수험생의 「아름다운 성금」

  • 입력 1998년 11월 17일 19시 35분


‘고3 수험생 교실에서 이어진 사랑의 성금 행렬.’

대한적십자사에서 일선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결식아동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던 9일.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서울 서대문구 인창고등학교 3학년생 사이에서는 때아닌 이웃돕기 바람이 불었다.

이 학교 3학년 최경민(崔敬民·18)군이 성금으로 25만원을 낸 사연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최군 집은 아버지가 지난 겨울 실직한 뒤 일감을 찾는다며 집을 나간 후 어머니가 봉투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생활보호대상 가정. 최군은 공부도 항상 1등이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니까 이런 것 안내도 돼.”

최군의 담임인 신동경(申東敬·51)교사는 성금을 받을 수 없다며 몇번이고 돈을 다시 건넸지만 어머니와 상의한 뒤 내는 성금이라는 제자의 뜻을 더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5월초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았던 장학금을 다시 내놓는 것뿐입니다. 어머니도 어려운 때일수록 남을 도와야 한다면서 승낙하셨어요.”

그 돈은 최군의 어머니(44)가 최군의 대학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소중히 간직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불우한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어려울수록 남을 생각해야 한다. 점심을 굶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고달프겠느냐”면서 선뜻 돈을 건넸다.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주변 급우들도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해 80만원 가량이 모였고 학교측은 이 돈을 14일 대한적십자사에 보냈다.

신교사는 “고3 수험생들이 한마음이 돼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면서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제자들의 자세가 참으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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