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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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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학생의 필독서인 ‘경찰수사학’ 첫머리에 나오는 수칙이다. 그러나 이런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수사편의를 위해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들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지역 고액과외사건 수사가 주범 김영은(金榮殷·57)씨 구속으로 일단락된 후 이 사건 수사 때문에 가정이 깨지고 만 이모씨(35)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이씨는 한때 김씨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참고인으로 경찰에 불려다니며 김씨의 은신처를 찾는데 ‘동원’됐던 인물.
경찰은 주범 김씨 주변인물에 대한 감청 등 탐문수사를 통해 이씨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고 이를 주변사람들에게 퍼뜨린것. 더구나 경찰은 이씨 부부가 따로따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발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은 심한 부부싸움 끝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며 갈라서기로 했다.
이씨는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을 함부로 떠벌리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분노했지만 가정 평화를 되찾을 수는 없었다.
김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던 이모씨(49·여)도 수사과정에서 본 억울한 피해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신세다.
이씨와 김씨가 예전에 학원을 함께 운영하며 가깝게 지낸 사실을 두고 경찰이 주위 사람들에게 ‘내연의 관계’ 운운하는 바람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는 것.
시민의 인권과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범인도 잡고 수사도 하는 것이다. 하물며 수사에 협조하는 참고인의 ‘사생활’을 사실이야 어떻든 공개해 인권을 침해하고 가정평화를 깨뜨린다면 곤란한 일이다. 준법을 요구하는 법집행의 ‘지팡이’들은 ‘적법’하게 일해야 한다.
윤종구<사회부>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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