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징역 5년선고…법원 『안기부 정치관여 엄벌』

입력 1998-09-23 19:38수정 2009-09-25 00:5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손지열·孫智烈부장판사)는 23일 이른바 ‘북풍공작’을 통해 15대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에게 징역5년에 자격정지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기부장은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유지해야 할 지위인데도 권피고인은 특정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안기부조직을 동원하고 나랏돈을 사용했다”며 “다시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나 정치관여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엄벌에 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전부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4년∼2년6월이 각각 구형된 박일룡(朴一龍)전안기부1차장과 임경묵(林慶默)전102실장 등 실장 3명에게는 집행유예 판결을 내려 석방했다.

재판부는 “이들 역시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긴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서 범행을 주도한 권전부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고 그동안 국가안보에 기여한 업적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안기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비방하는 ‘김대중 X파일’을 발간해 배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인사이더월드’ 발행인 손충무(孫忠武)피고인에게는 징역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치활동, 특히 선거와 관련한 무책임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에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양심선언을 하려 한 안기부직원을 감금하고 은행대출에 관여해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생(李翔生)전 안기부 감찰실장에게도 징역1년4월의 실형에 자격정지 2년 및 추징금 7천만원이 선고됐다.

이밖에 권전부장의 지시에 따라 ‘김대중 X파일’의 발간 지원금을 손충무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이강수 전 안기부장 비서실장에게는 징역8월에 집행유예2년 및 자격정지1년이 선고됐다.

권전부장 등은 지난해 11월 ‘북한당국은 김대중후보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오익제씨 편지를 의도적으로 공개하고 같은해 12월 윤홍준씨에게 베이징 도쿄 서울에서 김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4월 기소됐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