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銀 노사 감원협상]경찰투입 강제해산…46명 연행

  • 입력 1998년 9월 16일 07시 27분


시중은행 노조간부 46명이 감원을 둘러싼 노사협상 과정에서 사측인 은행장 등을 불법감금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총파업을 불사할 것”이라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노동법과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른 고용조정이 또다시 표류할 조짐이다.

경영개선을 위해 뼈를 깎아야 할 처지인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은행과 매각대상인 서울 제일은행 등 9개 은행의 대표와 노조는 14일 오후 4시경부터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14층에서 인원감축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사측은 협상 타결이 어려워지자 추후 재협상할 것을 제안했으나 노측은 “행장들이 합의해줄 때까지 회의장을 빠져나갈 수 없다”며 행장들의 퇴장을 막았다.

행장들은 결국 자정이 넘어도, 날이 훤히 밝아도, 출근시간이 돼도 회의장 안에 갇혀 꼼짝할 수 없었다.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추원서(秋園曙)금융노련위원장은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진행되는 협상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금이라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은행대표측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게 감금이 아니면 도대체 뭐요.” 평화은행장을 대신해 참석한 한기영(韓基榮)전무였다.

신복영(申復泳)서울은행장도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게 하는 게 무슨 자율이야. 화장실까지 따라와 나가나 안나가나 감시하는 게 자율인가”라고 따졌다.

경찰은 이날 아침 은행연합회관 주변에 2개 중대를 배치하고도 투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은행장 비서들은 오전 1시50분경 112 전화로 “행장들이 감금상태에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당국은 오전 11시30분경 한전무와 신행장의 말이 밖으로 전해진 뒤에야 경찰을 투입했다.

강하게 저항하던 노조측 관계자 46명은 30분만에 중부경찰서로 연행됐고 행장들은 정오경 자유로워졌다.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노조측은 협상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대표들에게 “13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인원감축에 관한 이행각서는 노조와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즉각 회수해 오라”고, 나머지 7개 은행 대표들에게는 “15일까지 제출키로 돼 있는 이행각서를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은행 대표들은 “불가능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경찰 투입 후 지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오던 한 은행장은 “은행이 정부의 출자를 받거나 조건부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의 인원감축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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