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서울지검장,여권 정치공세에 유감표명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01분


정치권 수사와 관련해 여당측으로부터 외압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는 검찰이 직접적인 대응은 삼가면서도 철저한 수사와 정치권 비리 척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회의 등 여당측은 경성그룹사건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의 이름이 무더기로 거명되자 검찰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왔다.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의원은 3일 박순용(朴舜用)서울지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국민회의 ‘경성그룹 및 한국부동산신탁 비리사건 진상조사위’ 조순형(趙舜衡)위원장 등 의원 4명은 7일 박지검장을 직접 방문해 재조사를 촉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이 8·15 특사를 앞두고 청구사건과 관련, 홍인길(洪仁吉)전의원을 소환한 것은 한보사건에 함께 연루됐던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전의원의 사면을 막으려는 의도였으며 김총장이 TK(대구 경북)출신의 반개혁적인 검사장들을 통솔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측의 공세가 정도를 넘어서자 일선 검사들이 “여권이 ‘검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면서 불만을 터뜨리는 등 심상찮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뇌부는 공사석에서 정정당당한 수사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총장은 지난 주 대검 검사들과 점심을 같이하며 “(정치공세에 흔들리지 않는)의연하고 존경받는 총장이 되고 싶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박지검장도 10일 간부회의에서 “경성사건은 한국부동산신탁 직원의 고소로 시작돼 처음부터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정정당당하게 수사할 것이니 내부 불협화음이 없도록 일선 검사와 직원에게 사정을 잘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여당의 정치공세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국민이 ‘표적사정’으로 곡해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수사가 정치개혁의 디딤돌이 돼야 검찰과 국정을 책임진 여당에 도움이 된다”면서 “여당은 검찰과 여당을 모두 패자로 만드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준우·이호갑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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