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녕/과학고 어머니시위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과학고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2일 이후 날마다 서울 정부세종로청사 후문에 모여 “과학고를 살릴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의 시위를 일부에서는 자녀를 서울대에 넣기 위한 ‘서울대 도착증(倒錯症)’ 때문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게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것도 같다.

과학고는 83년부터 정부의 ‘과학영재 양성’ 목적에 따라 공립으로 전국 15개 지역에 설립됐다. 처음에는 대학입시에서 과학고생들의 학교석차 대신수능성적에 따라 내신등급을 부여하는 비교내신제를 적용, 혜택을 줬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반고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과학고생들은 99학년도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입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과학고생 어머니들은 비교내신제의 특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부가 특수목적에서 과학고를 만들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끌어들였으면 대학진학과의 연계까지 생각해야 옳다는 것이다.

또 교과과정까지 과학공부 위주로 짜놓아 입시 준비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도 일반고교 학생과 동등하게 경쟁하라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자식이 검정고시를 보거나 일반학교에 전학하는 것이 서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과학고는 필요하고 그 전통을 살리고 싶어 거리로 나섰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다 믿지 않더라도 정부는 가뜩이나 과학 불모의 이 나라 특유의 입시풍토에서 과학고가 사라져도 좋다고 확신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진녕<사회부>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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