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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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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3일 “경찰이 경찰대 교과서에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5개 실정법의 20개 규정을 ‘노예법규’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수사론 전반에 대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수사지휘론’ 집필 작업에 나서는 한편 13일 형사법학회 세미나에서 검사의 주제발표를 통해 수사지휘권 문제를 다룰 계획이어서 경찰 수사권 독립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교재는 김세옥(金世鈺)경찰청장이 경찰대학장으로 재직할 때인 지난해 8월 경찰대 명의로 펴낸 ‘경찰수사론’으로 이 책은 경찰대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 20∼27쪽에 ‘현행 노예법규의 고찰’이라는 별도항목이 있고 “헌법과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은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함으로써 독자적인 범죄수사를 가로막아 경찰을 검찰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는 것.
경찰은 특히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12조 3항의 ‘영장주의’원칙도 ‘경찰을 검사의 수족으로 만드는’ 노예법규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들 법규에 의해 국가 형벌권이 검찰에 편중됨으로써 검찰이 정치권과 야합할 경우 ‘검찰파쇼’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또 “검찰이 경찰의 비리사실을 의식적으로 흘려 자질이 부족한 경찰에 독립수사권을 주면 선량한 사람을 다 잡아다 죽일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경찰대 관계자는 “교관들이 내부교재를 만들면서 과격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며 “표현이 지나친 것은 인정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경찰수사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검찰은 “최고규범인 헌법과 실정법을 노예법규로 매도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며 “경찰의 독립수사권은 실정법에 보장돼 있으며 다만 영장 청구여부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견제와 균형’의 논리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