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재력가 상당수 포진…평균 15억원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 새로 발탁돼 23일 공개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 평균은 15억7천만원으로 나타났다.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재발탁됐거나 의원겸직 장관 등을 제외하고 새로 고위직에 오른 24명의 재산현황이지만 상당한 재력가들이 포진했음을 알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장관급 12명의 평균재산은 17억1천7백만원, 차관급 6명은 14억1백만원, 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6명은 14억4천6백만원 등이었다. 장관급이 차관급보다 3억원 이상 많은 셈이다.

이는 93년 첫 재산공개 당시와 비교해볼 때도 재력가들이 많이 발탁됐음을 보여준다. 당시 장관급은 평균 10억3천7백만원, 청와대수석비서관은 5억5천3백만원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신고누락이나 허위기재는 물론 신고기준마저 둘쭉날쭉해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번 신임 장차관들도 그에 못지않는 재력을 과시했다.

특히 신규등록자 중 45억원대로 재산이 가장 많은 주양자(朱良子)보건복지장관은 임명 직후부터 부동산투기설 등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 첫 재산공개 때의 분위기였다면 정권의 도덕성 차원에서 즉시 경질될 만한 사안이었지만 주장관은 무사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전기획부 등 권력의 핵심부에 입성한 고위공직자 중에도 20억원 이상 재산신고자가 4명에 달하는 등 재력이 만만찮았다.

이중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과 李종찬안기부장이 36억원대로 1, 2위를 다퉜으며 신건(辛建)안기부2차장 조규향(曺圭香)사회복지수석도 20억원대를 넘었다.

또 일부 공직자의 경우 부인 명의로 경기도의 땅을 집중 매입했는가 하면 증여받은 돈으로 지방의 땅을 매입해 부인 명의로 이전하는 등 재산공개 서류만으로도 투기의혹이 엿보이는 사례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새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해서도 면밀한 재산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양자장관을 비롯, 이미 몇몇 장관들의 투기의혹 등이 집중 제기된 이상 이번 재산공개를 계기로 투명하고 실질적인 검증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93년 첫 재산공개 당시의 분위기와는 달리 재산의 다과(多寡)로 공직자의 ‘도덕성 점수’를 매기던 풍토는 엷어졌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재산문제는 청렴성을 따지는 척도 중의 하나로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앞으로 3개월 이내에 등록사항누락 및 허위등록, 재산증감의 타당성, 부정재산의 증식여부 등을 본격 심사하게 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 공직자윤리위는 허위등록이나 고의적 누락사실 등이 밝혀질 경우 해임이나 파면 등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위의 심사가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그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감사원이 22일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권을 감사원으로 이관해 줄 것을 건의한 내용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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