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산등록심사-계좌추적권 요구 배경]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5분


코멘트
감사원이 22일 업무보고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한 공직자의 재산등록 심사권과 직무감찰에 대한 계좌추적권은 감사원의 ‘숙원사항’이었다. 공직자 직무감찰은 정부기관 회계검사와 함께 감사원의 2대 고유업무이지만 그동안 비리를 적발해 낼 유효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의 경우 그동안 중앙부처 재산등록대상자 7만여명 가운데 3급 이상 4천2백여명에 대해서만 정부공직자윤리위가 심사를 맡아왔다. 나머지 중하위 공직자 6만6천여명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공직자 2만7천여명에 대해서는 자체 심사기구가 심사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자체 심사기관에서 기관의 장(長)을 비롯해 상사나 동료의 재산등록을 검증하는 것은 객관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제식구봐주기’식의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그쳤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재산등록 심사를 맡거나 최소한 정부 각 기관의 재산등록심사서류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이런 형식적 심사를 보강하고 공직기강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직무감찰에 대한 계좌추적권도 마찬가지다. 현행 감사원법상 회계검사에 한해서만, 그것도 특정점포와 계좌에 한해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비리는 회계검사보다 사업자선정이나 규제단속 인허가업무 등에서 발생하는데 계좌추적은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해 ‘심증’은 있어도 ‘물증’을 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만 해도 감사원은 계좌추적권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과거 이회창(李會昌)감사원장 시절의 ‘율곡감사’에서도 계좌추적권 덕분에 군납비리의 실체를 추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재산등록 심사권과 계좌추적권을 갖게 되면 감사원은 명실공히 공직자 사정의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두가지 권한을 얻게 되면 공직비리 색출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비리 추적을 위한 ‘무기’까지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감사원 건의가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재산등록심사권을 달라는 감사원의 건의에 대해 당장 공직자윤리위나 자체심사기구들은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 바지저고리 였느냐”고 반발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좌추적권에 대해 검찰은 고유의 권한으로 여기고 있어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계좌추적권을 갖게 되면 수사권도 함께 행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검찰과 업무영역에서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측의 주장.

이 때문에 감사원의 계좌추적권 요구는 자칫 두 사정기관의 심각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4년말에도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개정하면서 계좌추적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검찰과 행정부의 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철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