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계열신문 지원]「모기업 봐주기」불공정보도 우려

  • 입력 1997년 12월 29일 09시 15분


삼성 현대 한화 롯데 등 4개 재벌이 계열 신문사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근 시정명령을 받았다. 재벌들의 「재벌 가족지」밀어주기는 마치 그룹 차원의 총력전을 연상케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취약점으로 재벌 문제를, 특히 재벌 그룹의 내부자거래를 들춘 이유가 신문 광고분야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룹사들은 우선 계열 신문사에 광고를 배정하는 횟수에서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 광고회사들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24일까지 삼성그룹의 전계열사가 같은 계열사 중앙일보에 낸 광고는 4천7백45단(1단〓37㎝×3.4㎝).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1천9백50여단에 비해 갑절이 넘는다. 금액으로 따지면 동아 조선 80억여원인데 비해 중앙일보는 1백75억원(추정치)으로 배에 가깝다. 공정거래위의 시정명령은 95년과 96년에 걸쳐 조사한 것을 토대로 내린 것이지만 올해도 사정은 앞에서 제시한 통계처럼 비슷하다. 이를테면 96년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유력지에 1백억여억원어치의 광고를 낸데 비해 중앙일보에는 2.6배나 되는 2백76억원(추정치)어치를 내보냈다. 재벌 계열신문사들이 모그룹 광고를 월 10억원이상 배정해놓은 뒤 아예 마음대로 무단 광고를 싣고 연말에 통틀어 결산하는 수법도 언론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또 재벌계열 광고대행사(제일기획 등)가 중간수수료를 턱없이 낮게 받는 것으로 신문사측에 사실상 광고료를 보태주거나 광고료를 결제할 때 타사에 비해 결제기간이 짧은 어음을 주어 배려하는 일도 적지 않았으며 심지어 현찰로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가 지적한 대로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열사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혜택」을 받는 신문이 모기업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 공익을 위한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재벌 언론이 모그룹의 이익에 봉사하는 수단, 재벌의 입으로 작용한다는 문제점이 지금까지 언론학계에서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더욱이 이같은 「불공정 거래」로 신문과 재벌이 가족적 유착을 계속할 경우 언론의 사회 공적 기구로서의 역할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언론계에서는 「새 정부측이 재벌의 언론사 소유 주식 한도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상 계열 기업이 주식의 49%를 소유하고 그 재벌의 총수가 49%를 소유하는 형식이 가능하며 그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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