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어학연수-배낭여행 『사치냐 투자냐』찬반 논쟁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4분


겨울방학을 10여일 앞둔 대학가에서 학생들 사이에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에 대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극복과 관련, 「사치론」과 「투자론」이 맞서고 있는 것. 한쪽에선 온국민이 경제살리기운동에 나선 마당에 「어학연수는 과소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성균관대 고남령(高楠領·20·유학대학 동양학부)씨는 16일부터 10일 동안 선배 10명과 함께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며 틈틈이 저축한 돈 40만원을 들여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날 계획. 그러나 고씨는 며칠 전 친구들에게 배낭여행을 간다고 말했다가 『어려운 시기에 자제해야 하지 않으냐』는 반응에 당혹스러웠다. 고씨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선배 3명은 이미 여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성의 목소리 때문에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주위에 말도 못하고 쉬쉬하는 상황. 연세대 김재우(金哉佑·23·행정학과 3년)씨는 『우리 역사를 되돌아볼 때 대학생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왔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을 위한 어학연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경희대 4학년 정모씨(23)는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하며 비용 마련하랴, 어학원 쫓아다니며 자료 수집하랴 정신이 없었다』며 『외국에 나가 외국어를 익히고 견문을 넓히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냐』는 반론을 폈다. 고려대 양춘(梁瑃·사회학과)교수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일을 막아서는 안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유행에 휩쓸리듯 떠나는 어학연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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