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공부안하시면 망신당해요』…연대총학 「강의백서」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매년 똑같은 강의록과 똑같은 시험문제…. 앞으로 적어도 연세대 교수들은 이런 식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1일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전공 교양 5백여 강좌에 대한 강의내용과 종합평가를 담은 백서를 발간했기 때문. 이 백서에는 교내에 개설된 전공 2백50여개, 교양 2백50여개 과목의 △강의계획서 △시험문제 △강의록 △과제물 △수강생 강의평가 에세이 △전체 수강생 설문지 등 강의에 대한 모든 정보가 총 망라돼 있다. 특히 이 백서에는 강의노트와 함께 속칭 「족보」로 불리는 시험문제와 리포트 제목도 함께 실려있어 관행적으로 매년 똑같은 강의와 시험문제를 반복 출제해오던 교수들은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게 됐다. 총학생회는 A4용지 1만2천페이지에 달하는 이 강의 백서를 CD롬에 담아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연세대 인터넷망(www.yonsei.ac.kr)에도 띄워놓아 누구든지 열람, 내용을 손쉽게 프린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산화 작업을 담당한 우성민(禹成旼·20·기계전자공학부 2년)씨는 『하버드 MIT 등 외국 대학의 강의 평가자료를 비교분석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학부제 1,2학년 학생은 물론 고등학생에게도 전공 선택시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차 백서를 낸 총학생회는 학내 1천2백여 강좌의 모든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기 위해 매년 새로운 자료를 수록할 예정. 그러나 교수들은 이같은 학생들의 작업이 자칫 교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학내 분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총학생회 기획담당 김지광(金知光·22·경영학과 3년)씨는 『백서 발간은 학생들이 올바로 수강과목을 선택하고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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