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뚫린 김포공항

  • 입력 1997년 11월 6일 19시 41분


수류탄을 지닌 통과여객이 김포공항을 거쳐 대한항공편으로 출국,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것은 실로 아찔한 사건이다. 수류탄이 든 손가방을 휴대한 이 아르메니아인은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망명을 위해 기내에서 인질극을 벌일 계획까지 세웠다고 하니 함께 탑승했던 2백70여 승객들이 무사했던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각국 정상이 모이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개막을 앞둔 캐나다는 범인을 체포한 뒤 한국에 보안검색 강화를 요구해왔다. 조사 결과 마닐라를 출발, 김포를 거쳐 밴쿠버로 가는 통과여객 1백15명중 범인을 포함한 33명이 아무런 검색을 받지 않고 비행기에 다시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 대치하는 안보여건 등으로 항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나라이고 보면 실로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으로 하루 평균 7천8백여명에 이르는 통과여객과 수하물에 대한 재검색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음이 발견됐다. 공항의 보안검색을 책임진 경찰은 통과여객 숫자와 재검색을 받은 승객 숫자가 일치하는지 대조조차 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통과여객 관리를 소홀히 했고 공항관리공단은 청사에 통과여객 전용통로를 설치해놓지 않았다. 경찰 공항관리공단 항공사 3자 모두가 테러분자를 위해 문을 열어놓고 있었던 셈이다. 김포공항은 오래 전에 수용 한계를 넘어서 하루 평균 4만명이 넘는 출입국자와 통과여객으로 시장바닥을 방불케 한다. 영종도 신공항이 개항하는 2000년까지 혼잡도를 완화할 수 없는 형편이라 혼란한 틈을 타 테러분자들이 잠입하거나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관문을 이렇게 안전 무방비지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