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남편과 상의없이 증권에 투자한 가정주부, 퇴직금을 몽땅 날리게 된 명예퇴직자, 빚보증으로 파산위기를 맞은 증권회사 직원들은 「자포자기적 우울증」 「충격성 신체마비」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대기업 상무로 있다가 명예퇴직한 한모씨(51)는 퇴직금 2억5천만원 중 1억원을 증시에 투자했다. 명예퇴직금 재테크 「3등분 원칙」에 따라 은행 부동산 주식시장에 돈을 나눠 투자한 것.
한씨는 안정적인 고가 우량주에 투자했으나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곤두박질쳐 다른 곳에 투자했던 퇴직금까지 쏟아부었고 최근 나흘간에는 하루에 1천7백만원씩 손해를 봐 결국 퇴직금은 2천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한씨는 『하도 기가 막혀 졸도를 하기도 했다. 잠을 이룰 수가 없고 두통약과 신경안정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지역 수영장이나 에어로빅 요리강습장 등 주부들이 많이 몰리는 곳도 주가 폭락에 대한 걱정으로 난리다. 서울 잠실롯데월드수영장에서 만난 경모씨(42·여·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강남지역 중산층 주부 가운데 남편 몰래 쌈짓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1억∼3억원 정도를 날린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54·서울 송파구 방이동)는 올 여름 여유자금 5천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결국 3억원짜리 아파트까지 담보로 잡히고 신용거래를 하다 최근 파산했다.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 우황청심환을 사먹던 이씨는 고3학년 아들에게 저녁밥도 못지어주고 친구집을 전전했다. 결국 아내의 주식 거래 내용을 알게된 남편은 이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한때 최고의 보수를 자랑하던 증권사 직원들은 은행에서 「신용도 최하위」로 분류돼 대출도 못받는 형편이 된 지 오래다. 고객과의 분쟁, 동료직원들끼리 빚보증을 서주다가 퇴직금까지 날리고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모 증권사의 N차장은 『근무 도중 「바람좀 쐬고 오겠다」는 직원을 보면 혹시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부터 하게 된다』며 『직원들 대부분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려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박진생신경정신과원장은 『주식 투자자들의 경우 일반 스트레스성 질환자보다 훨씬 강한 충격을 받아 신체마비 졸도 심장두근거림 등 감당하기 힘든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승훈·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