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진술 유괴과정]밀린빚 고민…순식간에 납치생각

  • 입력 1997년 9월 13일 07시 35분


다음은 유괴범 전현주씨가 공범이 있다는 당초의 진술을 번복,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밝힌 박나리양 유괴 과정.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 의류상가에서 옷을 사기 위해 나리양을 납치하게 된 장소로 갔다. 오후 1시경 옷을 산 뒤 뉴코아백화점내 「버거킹」에서 콜라를 한 컵 사들고 나왔다. 이때 학원에 가고 있던 나리양이 눈에 띄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가고 있던 나리양이 아이스크림 껍질을 바닥에 버리길래 『왜 껍질을 바닥에 버리느냐』며 나리양에게 접근했다. 이 순간 내 손에 있던 휴지가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리양은 이내 『언니는 왜 휴지를 떨어뜨리느냐』고 응수했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나리양과 동행을 하게 됐고 나리양의 학원쪽으로 함께 향했다. 한신교회 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나리양에게 『좀 쉬었다 가자』고 제의, 나리양을 교회 앞에 앉힌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나리양을 학원까지 데려다준 뒤 고속버스터미널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리양을 납치하겠다는 생각을 품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고 전씨는 주장했다. 밀린 빚이 생각나 다시 학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 무턱대고 학원으로 올라가면 의심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후 2시45분경 뉴코아스포츠센터 앞 공중전화에서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내 조카를 이 학원에 등록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 문의를 했다. 10분 뒤 학원으로 직접 찾아가 나리양이 있는 사실을 확인한 뒤 오후 3시경 나리양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킴스클럽 앞 버스정류장에서 나리양을 데리고 버스에 올라탔으나 심경이 변화, 두번째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러나 다시 마음이 변해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나리양을 택시에 태워 사당동사무실로 데려갔다. 얼마 뒤 나리양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와 수면제 청테이프 물 등을 산 뒤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리양을 옆에 두고 나리양 집으로 1차 협박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사탕인줄 알고 수면제 두 알을 먹고 잠들어 있는 나리양의 목을 졸랐다(경찰은 전씨가 왜 나리양을 이렇게 빨리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괴 다음날 전씨는 마치 나리양이 살아있는 듯 태연히 나리양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2천만원을 요구했다. 〈금동근·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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